함께 만든 성과에서, 한 사람의 몫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Businessman presenting growth and innovation metrics on a projector chart to seated colleagues

경전과 함께 걷다 · 법화경 「서품」 1편

발표에는 결과가 남았지만, 그 일을 만든 과정은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최종 발표를 앞둔 회의실에서 대형 화면과 참석자들의 노트북에 같은 자료가 열려 있었습니다. 사업의 문제를 설명하는 도표,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 예상되는 위험과 대응 방식이 차례로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발표를 맡은 팀장은 문장을 한 줄씩 확인했습니다. 예산을 승인받기 위해 여러 부서를 설득했고, 일정이 흔들릴 때마다 결정을 내린 사람도 그였습니다. 발표 자료 첫 장에는 책임자로서 그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회의실 뒤편에는 현장 업무를 맡은 직원이 앉아 있었습니다. 처음 문제를 발견한 사람은 그녀였습니다. 이용자들이 반복해서 겪는 불편을 기록했고, 문제가 이어질 때 이용자에게 어떤 위험이 생기는지, 현장에서는 누가 그 일을 설명하고 수습해야 하는지도 살폈습니다.

그 기록을 바탕으로 그녀가 초안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계획이 그대로 그녀의 안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팀장은 운영 방식을 새로 더했고, 재무 담당자는 예산 범위를 조정했으며, 다른 동료들이 수정한 내용 중에는 처음 제안과 크게 달라진 부분도 있었습니다.

사업이 시작되면 문의를 받고, 실행 과정에서 생긴 빈틈을 확인하며, 문제가 발생한 경위를 설명하는 일은 여전히 그녀가 맡게 되어 있었습니다.

발표가 시작되자 팀장은 차분하게 사업의 취지와 운영 방식을 설명했습니다. 자료의 흐름은 분명했습니다. 발표가 끝나갈 무렵 한 참석자가 물었습니다.

“이 해결 방식은 처음에 어떻게 나온 건가요?”

그녀의 손이 책상에서 조금 떨어졌다가 다시 노트 위로 내려왔습니다. 며칠 뒤 예정된 계약 연장 면담이 떠올랐습니다.

팀장이 먼저 마이크를 들었습니다.

“현장의 의견을 모아서 팀 안에서 발전시킨 방안입니다.”

그 말에는 사실이 들어 있었습니다. 한 사람의 생각만으로 완성된 사업은 아니었습니다. 팀장은 방향을 정하고 결정을 내렸으며, 다른 동료들도 계획을 바꾸고 보완했습니다.

하지만 그 대답만으로는 처음 문제를 발견한 사람, 현장의 말을 모은 사람, 초안을 만든 사람, 그리고 앞으로 현장에서 설명을 이어갈 사람이 누구인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성과는 공동의 것이 되었지만, 기여와 부담까지 같은 방식으로 보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발표 화면에는 공동의 결과가 남았지만, 그 결과를 만든 서로 다른 역할은 모두 보이지 않았습니다.

현대적인 한국 사무실 회의실에서 한 남성이 화면 앞에서 발표하고 있으며, 뒤편에 앉은 여성이 자신의 노트북 자료와 발표 화면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다. 회의 테이블에는 노트북과 문서가 놓여 있다.
회의실 뒤편에서 한 직원이 자신이 준비한 자료와 닮은 발표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누군가 일부러 빼앗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악의를 가진 한 사람만으로 생긴 것이 아니었습니다. 조직에서는 책임자의 이름으로 계획을 제출하고 발표하는 일이 흔합니다. 실무자가 만든 초안은 여러 회의를 거치며 바뀌고, 문서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팀의 안’이 됩니다.

공동의 결과라는 말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팀장의 조정과 승인도 실제 일이었고, 다른 직원들의 검토와 수정도 필요했습니다. 다만 서로 다른 역할을 하나의 이름 아래에만 모으면, 누가 무엇을 했고 누가 어떤 부담을 감당하는지는 흐려질 수 있습니다.

권한이 있는 사람은 결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현장에 있는 사람은 실행과 설명의 부담을 감당합니다. 둘 다 중요하지만 같은 종류의 책임은 아닙니다. 그 차이가 기록되지 않을 때, 어떤 사람은 성과에서 잘 보이지 않으면서도 실패의 위험에서는 가장 가까운 자리에 남을 수 있습니다.

경전의 대중 열거와 오늘의 역할 기록은 같은 일이 아닙니다

『묘법연화경』 「서품」은 부처님의 설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왕사성 기사굴산에 모인 대중을 길게 보여줍니다. 큰 비구 대중과 보살들, 비구니와 재가자들, 왕과 여러 존재가 한자리에 모여 있습니다.

일부는 개별 이름으로 열거되고, 다른 이들은 대중과 집단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이 열거는 각 사람의 공로나 기여를 평가하기 위한 기록이 아닙니다. 오늘날 조직이 역할과 책임을 남기는 문서와도 같은 기능을 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경전은 가르침의 내용만 곧바로 전하지 않고, 그 가르침을 마주한 자리가 여러 존재로 이루어져 있었다는 사실을 먼저 남깁니다. 말하는 한 사람만이 아니라, 그 말을 듣고 함께한 자리도 경전의 장면 안에 들어 있습니다.

오늘의 조직 기록과 같은 의미는 아니지만, 이 장면은 결과만 남기고 그 자리를 이루었던 사람들을 생략하는 우리의 기록 방식을 돌아보게 합니다.

우리가 ‘함께했다’고 말할 때, 그 안에 서로 다른 사람의 역할과 부담도 함께 보이고 있을까요?

완전한 해결 대신, 작은 항목 하나를 시험했습니다

며칠 뒤 현재 사업의 결과 보고서를 검토하는 회의가 열렸습니다. 발표 날 그녀의 옆에 앉아 있던 동료가 문서의 담당자 칸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말했습니다.

“책임자 이름만 적으면, 실제로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는 나중에 알기 어렵지 않을까요?”

팀장은 문서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물었습니다.

“역할을 너무 잘게 나누면, 나중에 책임 소재가 더 복잡해지지 않을까요?”

동료는 최종 결정과 승인 책임을 흩어놓자는 뜻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제안 배경과 현장 조사, 초안 작성, 검토와 실행을 필요한 만큼 구분해서 남겨보자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공식 양식을 바꾸기로 결정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음 사업에서 사용하는 회의록에 ‘제안 배경’과 ‘현장 조사·초안 작성’ 항목을 시험 삼아 추가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새 항목을 넣어 처음 작성한 회의록에도 그녀의 이름은 빠져 있었습니다. 그녀는 곧바로 항의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초기 자료와 수정 이력을 정리해 두었고, 동료는 그 자료를 회의록 작성자에게 전달했습니다.

다음 수정본의 ‘현장 조사·초안 작성’ 항목에 그녀의 이름이 들어갔습니다. 다만 이후 그녀가 맡게 될 현장 대응과 설명 업무까지 기록되지는 않았습니다.

이미 끝난 발표의 공로가 다시 나뉜 것도 아니고, 계약 조건이 달라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앞으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 기록은 한 가지 사실을 남겼습니다. 이 사업이 공식 발표에 적힌 한 사람의 역할만으로 완성된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발견된 문제와 여러 사람의 겹치는 역할을 거쳐 만들어졌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작은 기록은 불공정을 모두 해결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누군가의 일을 없었던 것으로 만들지 않는 시작은 될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서품」의 광명과 미륵·문수의 문답을 따라, 같은 장면을 보고도 사람들이 서로 다른 판단에 이르는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이야기의 바탕이 된 경전

이 글의 경전 부분은 고려대장경 K0116 『묘법연화경』 권1 「서품 제1」 첫머리의 대중 집회 장면을 바탕으로 현대어로 정리했습니다.

현대 직장 이야기는 원전에 기록된 사건이 아니라, 공동 성과 속에서 개인의 역할과 부담이 다르게 보이는 현실을 살펴보기 위해 구성한 허구의 복합 사례입니다. 「서품」의 대중 열거가 현대 조직의 공로 배분 원칙을 직접 제시한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확인 자료

  • 고려대장경 K0116, 『묘법연화경』 권1 「서품 제1」
  • 『대정신수대장경』 T0262, 『묘법연화경』 권1 「서품 제1」
  • CBETA, T09, No.262, 『묘법연화경』 권1 「서품 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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