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에서 만난 스물일곱 살 인턴의 이야기

저녁 공양이 끝난 뒤였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하나둘 방으로 돌아갔지만, 한 여자는 마당 끝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스물일곱.
서울의 한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휴대전화 화면이 몇 번이나 켜졌다 꺼졌다.
“차 한잔할래?”
여자는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차방에 들어온 뒤에도 한동안 말이 없었다.
스님은 재촉하지 않았다.
차가 두 번쯤 잔을 오간 뒤에야 여자가 입을 열었다.
“스님, 저 되게 나쁜 사람 같아요.”
“왜?”
“제일 친한 친구가 취업했거든요.”
“그랬구나.”
“대기업에 붙었어요. 연봉도 좋고요. 부모님도 좋아하시고…. SNS에 합격했다고 올렸는데 댓글이 엄청 달렸어요.”
스님은 그녀의 말을 끊지 않았다.
“저도 축하한다고 댓글 달았어요.”
“그런데 사실은 축하해 주기가 싫었어요.”
“왜 계속 그 친구 글을 봤을까?”
여자는 대답하지 못했다.
한참 뒤 말했다.
“저도 모르겠어요.”
“친구가 잘돼서 싫은 걸까?”
“그런 것 같아요.”
“정말?”
여자는 찻잔을 바라봤다.

“제가 아직 인턴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그녀가 천천히 말했다.
“계약도 몇 달 안 남았어요. 저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는데, 친구는 이제 앞으로 가는 것 같아요.”
“그러면 친구를 보고 있었던 게 아니라 누구를 보고 있었던 걸까?”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스님은 더 말하지 않았다.
한참 뒤 그녀가 말했다.
“저요?”
스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 사진을 보면서 계속 저를 보고 있었던 거네요.”
그녀는 웃었지만 눈가에는 금세 물기가 맺혔다.
“제가 왜 이렇게 뒤처졌을까요.”
“누가 앞에 있는데?”
“친구가요.”
“그 친구가 가는 길과 네가 가는 길이 같은 길이니?”
“아니요.”
“그런데 왜 앞뒤를 정했을까?”
이번에는 꽤 긴 침묵이 흘렀다.
스님은 기다렸다.
다음 날 오후,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법화경』 첫 장면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왕사성 기사굴산.
그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수행자도 있었고 보살들도 있었고 왕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있었다.
저마다 살아온 자리도 달랐고 지위도 달랐다.
“스님.”
“응.”
“저 사람들은 서로 비교하지 않았을까요?”
스님이 살짝 웃었다.
“경전에는 그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누구와 자신을 비교했는지까지 쓰여 있지는 않단다.”
“아…….”
“그런데 넌 왜 그게 궁금했을까?”
“저라면 비교했을 것 같아서요.”
“누구하고?”
“저보다 나아 보이는 사람이요.”
“그럼 네 옆에 너보다 힘들어 보이는 사람이 앉아 있었다면?”
여자의 표정이 달라졌다.
“그 사람을 보고 안심했을 수도 있겠네요.”
“왜?”
“나는 저 정도는 아니라고…….”
말을 끝낸 그녀가 씁쓸하게 웃었다.
스님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날 거의 유일하게 긴 말을 했다.
“마음을 벌주기 전에, 왜 그런 마음이 생겼는지 먼저 보는 것도 공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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